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정말 울컥했다. 말그대로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더라. 다짜고짜 민생 들먹이면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니, 완전 어이가 없었다.
정말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청와대의 반론처럼 과거의 개헌들을 들먹어고 박정희까지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그건 좀 비겁하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 진짜 나쁜 대통령을 들먹이면서 그의 딸이니깐 말할 자격없다고 일축하는 건 분명 일종의 인신공격이니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진짜 나쁜 그들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물어뜯는 거니깐.
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해야 “참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해줄까? 사학법 재개정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었으면? 대북 원조를 중단하고 북녘 동포들의 숨통을 조였으면? 그 때 그 어이없는 탄핵의결에 군말없이 승복하고 사라졌으면?
아니다. 모두 틀렸다. 이 나라에서 “참 좋은 대통령”이 되는 방법은 따로 있을 게다. 그리고 그 방법은 무척 간단한 것 같다. 파란 잠바를 입고 대선에 출마해서 부자들이 좋아하는 정치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참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4년 연임제”같은 이야기는 그 쯤 되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고. 아마 그렇게 “좋은 대통령”이 되면 사사오입 개헌을 하고, 3선 개헌을 하고 자기 임기를 7년으로 늘려도 “참 좋은 대통령”이라 칭찬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의 계급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들이니깐, 시궁쥐처럼 살면서도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깐. 그저 강남에 아파트를 사고 외제차를 끌며 사는 꿈을 꾸느라 배부르게 살기에 좋은 세상이 행복한 세상인 줄 아는 사람들이니깐.
모처럼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무척 우울해진다. 그리고 뻔뻔하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한 박근혜가 더 미워진다. 하지만 어쩌면 그 여자가 그렇게 뻔뻔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바보같은 이 나라 사람들이 더 미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가슴이 무척 답답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