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의 집착

01 9, 2009

애증의 회사 from GQ 9월호

Posted by: 마코토팬더 In: 아슬아슬한 인생

GQ 9월호를 보다가 도저히 혼자 두고 볼 수 없어 옮겨적는 Office 코너의 기사  “애증의 회사”.

 ”회사랑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마음이 좋았다 싫어지는 걸까.”로 시작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처음 몇 줄까지는 배를 잡고 웃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어느새 뒷목을 잡게 되더라고. 모든 항목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심금을 울리는 그런. 요 얄딱구리한 감상, 어디 한 번 함께.

회사가 좋을 때 | 휴가비 입금됐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회사가 싫을 때 | 휴가비가 서울-부산 간 왕복 기름값도 안 될 금액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좋을 때 | 올해는 여름 휴가 5일 써도 된다고 팀장이 말해줄 때
싫을 때 | 휴가 낼 때 되니 팀장이 슬쩍 와서 “자리 비워도 문제없겠냐”고 물어볼 때

좋을 때 | 퇴근할 때
싫을 때 | 퇴근할 때 상사가 전화기는 항상 켜두라고 할 때

좋을 때 | 팀장이 약속 없다고 혼자만 야근하면 된다고 할 때
싫을 때 | 팀장이 연애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 혼자 야근하고 있을 때

좋을 때 | 내 업무에 대해선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누가 감히 끼어들지도 못할 정도로 업무영역을 확실히 인정받을 때
싫을 때 | 그래서 입사 이후 10년 동안 줄창 똑같은 일만 해야 할 때

좋을 때 | 바쁜 프로젝트 끝나고 월화수목 ‘탱자탱자’ 놀 때
싫을 때 | 금요일에 갑자기 일 들어와 주말출근 해야 할 때

좋을 때 | 징검다리 연휴 쫙 붙여 진짜 연휴 만들어 줄 때
싫을 때 | 그 붙인 휴일, 내 연차에서 하루 뺀 걸 알았을 때

좋을 때 | 젊은 직원들끼리 MT 간다고 하니 회사에서 비용 지원해줄 때

싫을 때 | 그 MT에 팀장, 부장, 이사까지 다 끼어들 때

좋을 때 | 임직원 명절 선물로 ‘닌텐도DS’ 돌렸을 때

싫을 때 | 다음 달 월급 보니 제세공과금 5만원 깎였을 때

좋을 때 | 오늘처럼 오전에 비가 마구 와서 은행에 손님 없을 때

싫을 때 | 오늘처럼 오후에 비가 그쳐 오전 손님까지 들이닥칠 때

좋을 때 | 경기도 어려운데 생각지도 못한 상여금이 나올 때

싫을 때 | 그래놓고 연봉 동결할 때

좋을 때 | 월급날 월급 들어온 통장을 봤을 때

싫을 때 | 그 다음 날 카드값 나간 후의 통장 잔고를 봤을 때

좋을 때 | 회식으로 쇠고기 먹을 때

싫을 때 | 회식이 끝날 줄 모를 때

좋을 때 | 회사에서 메신저 자유롭게 할 때

싫을 때 | 팀장이 메신저로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고 던지듯 업무 전달할 때

좋을 때 | 동료들끼리 잘 맞아서 일할 때도, 놀 때도 즐거울 때

싫을 때 | 그 중 진짜 싫은 동료가 눈치 없이 끼어들려고 할 때

좋을 때 | 괜찮은 신입사원이 조수로 배정됐을 때

싫을 때 | 진상 아저씨가 사수로 배정되었을 때

좋을 때 | 새로 온 팀장이 기념으로 좋은 데서 술을 쏠 때

싫을 때 | 새로 온 팀장이 알고 보니 술 마시면 개가 될 때

좋을 때 | 금요일 저녁

싫을 때 | 일요일 저녁

좋을 때 | 노처녀 팀장이 언제나 퇴근 후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게 해줄 때

싫을 때 | 근데 그게 주말에도 계속 될 때 (남자만 없는 게 아니라 친구도 없는 거였다.)

좋을 때 | 회식 중 팀장이 법인카드만 놓고 집에 갈 때

싫을 때 | 월말에 재무팀의 호출을 받을 때

좋을 때 | 팀장이 갑자기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오늘부터 모레까지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싫을 때 | 모레까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둘째 날 오후에 출근했을 때

좋을 때 | 오전 중에만 출근하면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 입사했을 때

싫을 때 | 하지만 퇴근도 다음 날 오전 중에 하는 것을 알아버렸을 때

좋을 때 | 사내 연애 할 때

싫을 때 | 사내 연애 끝냈을 때

좋을 때 | 새로 온 팀장이 기념으로 좋은 데서 술을 쏠 때

싫을 때 | 새로 온 팀장이 알고 보니 술 마시면 개가 될 때

좋을 때 | 쿨한 사업 파트너가 형, 동생으로 지내자고 할 때

싫을 때 | 그 쿨한 형이 정작 계약 때는 더 독하게 굴 때

좋을 때 | 화분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예쁜 여대생 인턴이 들어왔을 때

싫을 때 | 잦은 야근으로 한 달 만에 그 화분이 시들었을 때 (회사가 망쳐놓은 새싹)

좋을 때 | 여름에 아직 뜬 해를 보며 퇴근할 때

싫을 때 | 겨울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

좋을 때 | 동남아 다녀온 국장님이 신종 독감처럼 콜록거릴 때

싫을 때 | 그냥 독감에 불과할 때

좋을 때 | 회사가 싫은 이유가 선뜻 생각나지 않을 때

싫을 때 | 딱히 좋은 이유가 하나 없을 때

* 이 기사를 쓴 에디터 손기은님은 이 주옥같은 사연들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것일까, 아니면 손수 창작해 낸 것일까. 만약 후자라면 정말 무한의 존경심을. 어쩔 때는 이런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사람들이 그럴 듯한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보다 더 대단해보인다.

7 Responses to "애증의 회사 from GQ 9월호"

1 | 곰댕

9월 3rd, 2009 at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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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동감되요. 무엇보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지나가는건 정말 슬프죠.

2 | fab

9월 21st, 2009 at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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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이거 완전 최고네요!!!

3 | 골룸

10월 23rd, 2009 at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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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큐를 4년 정도 정기구독했었는데 지큐에디터들 글 정말 잘써요.

4 | 마코토 팬더

10월 23rd, 2009 at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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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심 가득한 이야기도 어쩜 그리들 간지나게 써놓는지.

5 | 마코토 팬더

10월 23rd, 2009 at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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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완전 최고!

6 | 마코토 팬더

10월 23rd, 2009 at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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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렇게 내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더라, 흙.

7 | dimsum

1월 25th, 2010 at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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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핫!
최고 최고!!! (글을 잘 쓴다는 건 이런거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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