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리틀 선샤인"의 스틸 - 아아, 그 지긋지긋하던 미니버스.
무척이나 무리하면서 부랴부랴 달려가 봤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앞으로도 몇몇 극장에서는 근근히 상영될 것 같았지만 모두 대낮에 하는 것인지라 현실적으로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극장 상영은 미로스페이스에서 하는 16일 18:30분 상영이었다. 그 시간, 그 상영관에서 같이 볼 수 있는 사람도 찾기 어려워 약간 생뚱맞은 사람과 함께 보게 되었었는데 – 함께 봐줘서 정말 고마워요 – 안타깝게도 영화는 기대에 약간 못미쳤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극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무척 드문데 말이지.
모아놓고 보니 딱 “패배자 종합선물셋트” 같은 가족의 각 캐릭터 설정도 너무 좋았고, 어디서 이런 양반들을 잘도 찾아냈구나 하며 감탄할 만큼 캐스팅도 일품이었다. 배우들 모두 연기도 좋고. 가족들이 이래저래 좌충우돌하면서 갈등이 차곡차곡 쌓여가던 이야기의 짜임새도, 자꾸만 피식피식 웃게 하는 재치도 돋보이더라.
그런데 왜 대체 결말이 요리도 빤하고 마냥 아름답기만 한지! 가족 모두 지독한 루저들인지라 세상 살면서 상실감들이 대단도 할텐데 그저 풋풋한 가족애로 풀어보자는 건 왠지 좀 재미없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결말에서처럼 현실을 조롱하면서 당당히 맞서봤으면 좋았을텐데 그저 ‘어쨌거나 우리는 가족이 있으니까 아직까진 괜찮아’ 하는 식의 위안 정도로 만족하고 갈등을 후다닥 덮어버리고 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왠지 김이 팍 샜다.

영화 포스터로 쓰인 아들 드웨인의 유쾌한 필담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후진 영화란 뜻은 절대 아니다. 보는 내내 꾸준히 킥킥거리며 웃을 거리들을 던져주던 유쾌한 영화였다. 특히 너무 좋았던 이 영화만의 매력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던 가족들의 캐릭터들이었다. 각기 하는 짓들마다 어찌나 유쾌하고 귀엽던지, 흐흐. 그 중에서도 묵언 수행을 하던 아들, 드웨인이 수첩에 슥슥 적어 던지던 필담들은 나올 때마다 너무 재기발랄해서 막 자지러졌다. 아아, 차라리 영화 전부가 그저 그런 영화이고 말았으면 그다지 실망도 안했을텐데 아아, 결말이, 결말이 너무 아쉬운게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평범한 결론의 영화들을 보면 무조건 실망하는 거 같다. 결론이 없던지, 아니면 홀딱 뒤집히면서 끝나던지 해야 만족하는 것 같다. 내가 뭐 감성의 폭이 깊거나 영화 보는 눈이 그렇게 높은 사람도 아닌데 말이지. 김택수는 이런 나의 감상에 대해 “욕구불만” 탓이라고 하더라. 사실 난 별로 욕구불만인 게 없는데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 영화에 대한 나의 별점은 ★★★★☆ (5점 만점에 빠진 ☆ 하나는 너무 맥 빠졌던 결말 때문.)
* 옛 블로그에서 잊었던 감상평을 찾아 옮김. 원본 작성일은 아아, 오래도 되었네. 2007/01/18 0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