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호러와 미스테리에 올인하고 있는 내 친구 김택수가 나의 생일선물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두 권을 준비했다. “이유”와 “스텝 파더 스텝”. 한 권은 좀 내용이 무겁고 한 권은 ‘무척’ 가볍다는 소개에 (두께만 해도 두 배 이상 차이난다!) 가벼운 “스텝 파더 스텝”을 먼저 들고 읽었다.
첫 감상은 무척 경쾌한 미스테리물이라는 것. 부모로부터 ‘유기’된 쌍둥히 형제가 옆 집에 찾아들다 다친 도둑을 데려다가 아버지로 삼는다는 황당한 설정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이 ‘스텝파더’와 쌍둥이 사이의 소소한 생활적 소재들에서 가볍고 즐거운 미스테리적인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간다. 보통은 약간 어이없는 사건이거나 별 일 아닌 듯 소소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귀여운 해결 사연이 따라오는 식의 구성인데 심각해질 틈 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정말 말그대로 너무 귀여운 미스테리들이었거든.
좀 아쉬웠던 건 문체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혼잣말하듯 너무 가볍게 풀어가는 1인칭 화법이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제일 싫어하는 문체고 어쩌고 할 것도 없이 내용이 워낙 재미있으니깐 별 상관없더라. 보고 나서 두고두고 욕하던 “아내가 결혼했다”도 막상 읽을 때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 책은 읽을 때도 재미있었고, 보고 나서 욕할 것도 별로 없었다. 그냥 재미있다. 왠지 바보같군, 흐흐.
그런데 사실 딱 이 책만 두고 보면 듣던 만큼의 천재성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 라고 생각할 수도 있던 차에 몇 장 펼쳐 본 이유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다. 쓰는 책 마다 과연 이게 같은 사람의 소설인가, 를 연발하며 감탄하게 된다던데 과연 그런 것 같다. 장장 680여 페이지짜리에서 50페이지쯤 읽었는데 읽는 기분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미야베 미유키는 천재가 정말 천재 ;;
일곱개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이어지듯 전개되지만 순서대로만 읽거나 뛰어넘으면서도 읽어도 상관없는 구성이므로 심심할 때 가볍게 읽기에 정말 좋다. ‘왜 미야베 미유키인가?’까지는 이야기들 많이 하는 “이유”나 “모방범”을 읽어봐야 알 것 같고.
요즘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주제들이 그렇게 가볍지도 않고 문학적인 수준이 낮지도 않은데 무척 재미있는 대중소설들이 정말 많다. 재미있는 소설이 많아 좋긴 하지만 늘 한편으로 우리 나라에는 왜 이만큼 수준있는 대중소설들이 없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따라온다.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좋은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이 글 쓰면서 계속 헷갈리는 거. 미스’테’리가 맞는거야, 미스’터’리가 맞는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테’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하면 또 ‘터’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 정말 어렵다. 우리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