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과거’라는 것을 야스타가는 깨달았다. 이 ‘과거’는 경력이나 생활 이력 같은 표층적인 것이 아니다. ‘피’의 연결이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나 누구 손에 자랐는가. 누구와 함께 자랐는가. 그것이 과거이며, 그것이 인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만든다. 그래야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잘라낸 인간은 거의 그림자나 다를 게 없다. 본체는 잘려버진 과거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_ 미야베 미유키, “이유” 중에서
700페이지 쯤 되는 책의 두께 때문이기도 했고,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여타 미스테리 소설들처럼 간결하게 탁탁 끊어걷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완성된 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덧칠해대는 붓놀림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아채기 힘든 유화 그리기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읽게 되어 유난히 처음의 100페이지쯤을 가볍게 읽어내기 힘들었던 소설. 하지만 정말 100장에 100장을 넘길 때 마다 정말 가속도가 붙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책장을 놓을 수 없어 절반쯤은 정말 단숨에 읽어버렸다.
방금 마지막 장을 읽고 막 책을 덮은 탓에 감상노트를 적으려면 조금의 숨고르기가 필요할 듯.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저 ‘정말 대단했다’ 쯤인 것 같다. 이 두껍고 비싼 책, 손수 포장까지 해서 선물해줬던 김택수군에게 정말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