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나이로 스물 여덟, 만 나이로 스물 일곱에 받는 마지막 월급을 받았다. 내 스물 여덟살 인생이 5일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영업일 기준) 오랜 세월 월급을 드문드문 받거나 못 받기도 했었지만 급여소득자의 인생을 산 것도 햇 수로 벌써 5년째이고.
문득 일 년 동안, 아니 스물 일곱 해 동안 고생한 내가 너무 기특했다. 그래도 막상 생각하니 나를 대견해 하면서 스스로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 꾸역꾸역 7011번에 올라 타고 극동방송국 옆 좁다란 그 골목으로 찾았다. 그리고 나에게 따뜻한 하카다분코 돈고츠 라멘 한 그릇을 사 줬지. “그동안 너 수고했다고.”
퇴근하려고 보따리를 싸면서 오늘 신한은행에서 받은 통장 지갑도 챙겼다. 그 지갑 속엔 곧 일곱 개가 될 통장이 여섯 개 들어 있었다. (물론 개수만 많을 뿐 잔고는 무척 빈약하다.) 홍대로 오는 버스에서는 PDA에 지출 계획을 꼼꼼하게 정리하면서 “아, 이 달엔 책도 사지 말고, 술도 먹지 말아야겠구나.”하며 속상해 했다.
맨날 소년, 소년하면서 속이고 살았어도 결국 나도 모르게 점점 집요하게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경제학과 다니면서도 몰랐던 MMF니 RP니 하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보게 되었고, 2007년 1월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입주 공고를 살펴보게 되었다. 기타 살 돈이 없어 몇 일 밥도 안먹고 근심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주택 마련자금이 없어 그 때보다 열 배는 더 근심하면서도 밥은 꾸역꾸역 더 잘 챙겨먹고.
천년만년 살 수도 없거니와 소년인 채로 있을 수는 없는 것이겠다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인 줄 알았다면 가급적 천천히 어른이 될 껄 그랬다, 라고 적을려다 보니 나이 잔뜩 쳐 먹고 이런 소리하는 것도 꼴 사납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왠지 더 서글프다.
아이고, 내 청춘. 아이고.




